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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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물품을 경비실에 맡겼다는 문자가왔다.
감사합니다란 따듯한 한마디가 담긴 문자를 보내야 할까?
문자를 다 쓰고 전송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택배기사님들 힘들게 고생하는건 유명하다.
따듯한 문자 한마디에 보람을 느낄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전화하고 문자할텐데 귀찮게 하지 않고 싶어서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완만하게 경사진 길을 휠체어 타고 힘들게 가시는 아저씨 한분을 봤다.
처음에는 뛰어가서 밀어드릴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엘레베이터도 있는데 휠체어 타고 가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따라 올라가며 눈이 마주쳐서 도와드리냐고 여쭤보니 역시나, 운동중이라며 괜찮으시단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 오늘밤을 넘기기 힘드시단다.
부랴부랴 병원으로와서 할머니를 뵈었다. 어머니와 이모들은 누구왔다고 알아보겠냐며 말걸고 깨우면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나도 한두번 말걸다가 가만히 있었다.
오랫동안 투병해 오셨고 많이 쇠약해지셨다. 이제 그만 편히 쉬고 싶어하실 것 같았다.
그저 말없이 손잡고 눈이라도 마주칠 수 있게 지긋이 쳐다보기만 했다.

미드 중 그레이스아나토미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노환으로 쇠약하신 할아버지께서 심장박동이 멈추니 의사와 간호사가 뛰어와서 전기충격으로 살렸다.
깨어난 할아버지는 잠시 후 화를 냈다.
왜 살렸어?! 나 이제 쉬고 싶다. 쉬고 싶어.. 라면서.

나는 좋으라고 한 선택이 타인에겐 불행일 수 있다.
나를 욕 할 수도 있고 원망할 수도 있다.
무엇이 최선의 선택일까?
모르겠다.
다만 최선의 선택이길 바라고 선택할 뿐이다.

케이블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봤다.

“벌써 알고 있다면 난 어떻게 선택을 하죠?”
“넌 선택하러 온 게 아냐. 선택은 이미 했지. 선택을 한 이유를 알아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