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1
가장 매력적인 사람은 곧바로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락하는 사람이나 절대 우리에게 입맞춤을 허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희망과 절망의 양을 적절하게 안바해여 상대의 마음에 안겨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렇다. 희망만 있을 때에는 이게 희망인지 모른다. 고통이 희망을 존재하게 한다. 그렇지만 희망만을 원한다.

#2
침묵은 저주스러웠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아.. 일주일간 내 머릿속에 맴돌던 문구.

#3
“나는 밖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의 망막 뒤에서 이루어지는 시작적 착각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나는 아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 역시 시각적 착각에 불과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아 얼마나 결혼생활이 힘들었다면 이런 생각까지 하셨을까..

#4
파스칼은 설사 신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그 작은 가능성이 주는 기쁨이 더 큰 가능성이 주는 혐오를 압도하기 때문에 신에 대한 우리의 신앙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매트릭스에서 빨간약과 파란약을 선택하라는 장면이 떠오른다.

#5
그러나 그녀의 독립에 대한 크나큰 열망에도 불구하고, 물건을 떨어뜨리고 가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것은 칫솔이나 구두가 아니라 그녀 자신의 조각들이었다.

이 조각들은 불시에 불쑥 찾아오곤 한다.

#6
거부를 하는 사람에게는 악하다는 딱지가 붙고, 거부를 당한 사람은 선의 화신이 되는 일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7
나의 선물에 이기적인 동기가 있었다면, 클로이도 똑같이 이기적인 동기에서 관계를 끝내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랑의 종말은 이타주의와 이기주의, 도덕성과 비도덕성 사이의 충돌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두 충동 사이의 충돌로 나타난다.

#8
큰 비용을 들이고 희생을 하여 선물을 줄 때 그것을 물리친다면 틀림없이 비난이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을 주는 사람도 받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기쁨을 맛보았다면, 이것이 과연 도덕적인 언어를 사용할 문제일까? 사랑이 일차적으로 이기적인 동기에서 주어지는 것이라면[즉 상태의 유익을 위한 마음에서 생겨났다고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유익을 위한 것이라면], 적어도 칸트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도덕적인 선물이 아니다. 내가 클로이를 사랑했다고 해서 내가 그녀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비록 내 사랑에 희생이 포함되었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했을 뿐이다. 나는 순교를 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내 경향에 완벽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평범한 사랑 이야기를 철학적인 통찰과 함께 풀어간다.
1인칭 화자로 서술되어서 그런지 종종 내가 주인공인냥 몰입되었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서 책을 읽다가 덮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책이 나에겐 꽤나 현학적이라 어려운 단어들이 나오면 사전을 들추면서 보느라 시간이 꽤 들었다. 종종 지나치기도 했지만.

후반부에는 사랑이야기의 절정과 더불어 내가 구체화해서 생각지 못했던 철학적인 통찰 때문에 확 몰입되어서 한번에 읽어버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권유할 때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혼자인 사람에게 권유하고 싶다.